익숙함을 떠난 다는 것은 두렵기도 불편하기도 한 것을 스스로 각오하는 일이다. 그렇지만 그런 익숙함을 떠나 블편함을 감수하고 두려움이 있는채로 떠난 여행은 많은 경험을 안겨준다.

너무 익숙해서 보지 못했던 것들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보지 않고’ 살아간다. 정확히는 눈에 들어오지만, 더 이상 인식하지 않는 것들이다. 매일 걷는 길, 자주 가는 카페, 늘 마주치는 사람들. 익숙해질수록 그것들은 점점 배경처럼 흐려진다.
나 역시 그랬다. 분명 같은 동네를 걷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주변을 거의 보지 않게 됐다. 그냥 목적지만 향해서 걸을 뿐, 그 사이에 무엇이 있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익숙함’ 속에서 점점 무감각해지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걸 보고 싶어서라기보다는, 지금의 나를 깨우고 싶었다. 그래서 특별한 계획 없이 짧은 여행을 떠나게 됐다. 그 선택이 생각보다 많은 걸 바꿔놓았다.
낯선 곳에서야 비로소 선명해지는 감각
여행지에 도착한 첫날, 가장 크게 느낀 건 ‘감각이 살아난 느낌’이었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을 소리, 냄새, 공기, 사람들의 표정까지 하나하나 또렷하게 다가왔다.
처음 보는 거리에서는 길 하나를 건너는 것도 신중해지고, 작은 간판 하나에도 시선이 머문다. 어떤 음식점에 들어갈지 고민하는 시간조차 낯설어서 재미있었다. 그 모든 과정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만들어줬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그동안 지루하다고 느꼈던 일상은 사실 지루한 게 아니라, 너무 익숙해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 거라는 걸. 환경이 바뀌자 나의 시선과 감각이 달라졌고, 그제야 평소에는 몰랐던 나의 모습까지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생각보다 신중한 사람이었고, 동시에 즉흥적인 선택을 즐기기도 했다. 낯선 상황 속에서 드러나는 나의 반응들을 보면서, 오히려 나를 더 잘 이해하게 됐다.
결국 다시 돌아와서 달라지는 시선
여행을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여기가 이렇게 익숙했나?’였다. 떠나기 전에는 답답하게만 느껴졌던 공간이, 오히려 편안하게 느껴졌다.그리고 이전과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주변을 보게 됐다. 늘 지나치던 골목을 천천히 걸어보기도 하고, 평소엔 신경 쓰지 않던 하늘을 한 번 더 올려다보기도 했다. 여행지에서 느꼈던 그 ‘또렷함